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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다음 날, 전장연 시위가 출근길 지하철을 멈춘 이유

곱하기곰 2025. 4. 24.

전장연 시위를 아시나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서 시민들의 출근시간에 지하철 시위를 하여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거나 무정차 통과하여 출근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저는 서울에 살지는 않지만 전장연 시위로 인해 가끔 피해(?)를 보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경기도청 근처에 살거든요. 

 

다수결의 민주주의 속, 소수의견 존중

 

경기도청앞-장애인연대-시위
<경기도청앞-장애인연대-시위>

 

 

전장연 시위는 왜 하필 지하철일까?

지하철은 이동권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

 

전장연이 굳이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상징성입니다. 가장 기본적 이동수단인 지하철에 장애인도 당연히 접근가능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함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시성도 있을 것입니다. 가장 붐비는 시간인 출퇴근시간에 시위를 함으로써 이목을 끌고 정치권과 정부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이는 거죠. 

 

 

전장연에서 요구하는 것, 특권이 아니라 기본권입니다

전장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요구하는 것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대 저상버스·리프트 설치, 역사 엘리베이터 확충, 특별교통수단 증차.
탈시설‧자립지원 거주시설 대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개인별 지원서비스 예산 확보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2021년부터 국회에 발의됐지만 회기마다 처리 불발.
활동지원(개인보조) 시간·한도 상향 복지예산 증액

 

시민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장애인들도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전장연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대략 위 표와 같습니다. 이것은 모두 과도한 특혜가 아니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수준의 기본권에 가깝습니다. 

 

아마 국회의원들도 알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순위에서 밀리는 거겠죠. 왜냐하면 장애인은 소수이니까요. 표를 받아야 하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다수의 표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이 다음번 선거를 위해 맞는 일일 것입니다. 

 

불편했던 출근길,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까?

경기도청앞-차도를-막고-있어-경찰들이-차량이동하는-모습
<경기도청앞-차도를-막고-있어-경찰들이-차량이동하는-모습>

 

출근시간의 10분은 1시간 이상의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시위를 해서 지각을 한다면 정말 화가 날 거예요. 저는 저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경기도청 근처라 자꾸 시위가 있는데요. 시위가 있을 때마다 길을 막고 스피커를 크게 하니 불편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들의 요구가 무리한가요?
폭력적 시위를 벌이고 있나요?
소수가 겪는 불편함은 당연히 참아야 하는 건가요?

 

하지만 저는 그분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소수라서 겪는 구조적 불편함을 참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지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진정한 민주주의 현장 같았습니다. (다만, 너무 과격하게는 안했으면 하지만요).

 

학교에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배웠습니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만 존엄성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리가 불편해도, 손이 불편해도, 인지적 어려움이 있어도 누구에게나 인간으로서 존엄성은 보장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소수라는 이름으로 다수에게 그 기회를 박탈당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권리를 누릴 자신의 차례를요. 하지만 계속 내차례가 오지 않으니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장애인 시위에 대한 시선, 공감은 어디서 시작될까?  

경기도청-앞으로-이동하는-경찰들
<경기도청-앞으로-이동하는-경찰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수의 입장을 경험해보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그러나 그들의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만약 내가 사고나 질병으로 휠체어를 타게 된다면?··· 하고 그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죠. 공감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상력에서 시작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차가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몸도 불편한데, 왜 나와서 사람 불편하게 하는거야?

 

아이 하굣길에 경기도청 앞에서 장애인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시위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런 소리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노인이 되고, 혹은 사고를 겪거나 병으로 인해 이동의 자유가 제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다수이나 미래의 나는 소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겪은 불편은 개인적 손해가 아니라 모두의 내일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수의 외침을 응원하며

 

전장연 시위가 1년 정도 멈추었다 재개된 시일이 4월 21일입니다.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라 이에 맞춰서 의미를 두고 다시 시작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자폐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무리에 속해있지만, 이동의 불편함은 없기에 휠체어를 타는 분들의 마음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답답함이 가슴에 닿아 시위를 볼 때마다 마음 아프더라고요. 

 

비록, 불편함이 있으시겠지만 다수의 힘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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